[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기업&미디어 web@biznmedia.com

 

수 많은 소비자들이 위기라고 생각하는 사건에 대해 막상 사건 당사자인 기업은 침묵할 때가 많다. 침묵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아무런 커뮤니케이션도 하지 않는 ‘단절’을 의미한다. 자사 제품에서 해괴한 이물질이 나왔는데도 침묵하며 몰래 리콜을 한다거나, 자사의 매장에서 치명적인 인사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설명 없이 당사자와의 합의에만 몰두하는 경우들이 다 그렇다.

부정적인 상황이 발생되면 밖으로는 가능한 떠들지 않는 우리네 정서를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지만, 기업이 평소 사랑한다 외쳐왔던 소비자들이나 이해관계자들의 시각에서는 영 못 견딜 것 같은 안타까움이다.

왜 기업은 위기시에 침묵할까?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위기를 위기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
CEO나 오너께서 해당 사건을 하나의 해프닝이나 그냥 자잘한 논란이라 치부하는 경우다. 아무리 일선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해도 윗분들께서 ‘그 까짓 것’하시면 어쩔 길이 없다. 도리어 바쁘신 윗분들로 부터 ‘아니 그렇게 사소한 일 하나 처리 못해서 이 난리냐?’하는 호통까지 나 올 정도면 더욱 심각하다. 위기라고 보지는 않지만 빨리 해결해야 하니 밖으로는 침묵하고 안으로만 닥달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거다.

위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소셜미디어상의 위기가 그렇다. 위기가 발생해서 성장하고 있을 때까지 기업이 소셜미디어상에서 그 위기를 모니터링하지 못한다. 당연히 소셜미디어내의 공중들은 ‘왜 이 기업은 지금 우리의 대화에 대해 침묵하는가?’하는 궁금증과 증오를 가지게 된다. 많은 기업들이 소셜미디어상의 위기에 대해서는 모니터링도 부족하고 관여방식에 대해서도 확신이 없다. 당연히 알게 되도 침묵할 수 밖에 없다.

위기 대처 시스템이 없는 경우
위기를 위기라 생각하면서도 대응하는 데 절대적인 시간이 소요되는 기업들의 경우다. CEO에게 상황을 보고하는 데도 수시간이 걸리고, 그 이슈를 해당 임원들에게 브리핑하고 그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도 한나절이 걸린다. 수백개의 기업 소비자 접점에 대한 파악이나 개개의 처리방식에도 정해진 룰이나 담당자가 부재하다. 당연히 여러 명이 끙끙대고 논쟁에 논쟁을 거듭하지만 외부에서 볼 때는 해당 기업이 침묵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시끄러운 침묵이다.

지켜보는 경우
위기라는 심각성은 이해하면서도 더 이상 이 상황이 번져갈지 어떨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그냥 지켜만 보는 경우다. 보통 우리나라의 경우 위기 이슈가 생겨도 여기저기에서 반복적인 회자만 없으면 2-3일을 넘기지 않는 특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기업의 경우다. 항상 반복적으로 이런 유사한 이슈들을 경험해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연 소멸되리라 일부 확신은 가지고 있는 유형이다.

어찌 할 도리가 없는 경우
너무 일이 커져서 이미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되어 있는 경우다. 가능하면 그 논란과 공격에서 생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입을 다물고 ‘죽여주세요’하는 제스츄어를 견지하는 경우다. 일부 전략적인 판단이 가미되었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 자칫 ‘무성의한 침묵’으로 비추어지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도 있다. 조직 전체가 절대 패닉에 빠져있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하겠다.

위기시 침묵하는 것은 개인이나 조직의 본능이다. 문제는 평소에 진행해왔던 커뮤니케이션의 분량과 주제에 있다. 소비자를 사랑한다 쉴새 없이 외치던 대기업이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일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갑자기 침묵할 수 있냐 하는 거다. 소비자의 안전을 파괴한 후에 어떻게 소비자의 안전이 우리의 최고 우선가치라고 계속 말할 수 있나. 소비자의 건강을 최고의 신념으로 알고 있었다는 회사가 소비자를 사망케 하고서 입을 다물면 어쩔 건가.

많은 기업들이나 조직들이 위기시 침묵한다. 극도로 부정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기업들의 홈페이지는 그 와중에서도 반짝 반짝 빛을 낸다. 홈페이지 초기 화면에서 CEO는 웃고 있고, 직원들은 행복해 하고 있다. 소비자들만 불행해 보인다. 소비자들이 우리 회사로 인해 슬퍼하고 있는데 TV에서는 예쁜 모델들이 “우리회사는 너희를 위해 존재한다!” 외치고 있다.

위기시 침묵은 절대 금(金)이 아니다. 위기시 침묵은 절대 금(禁)해야 할 행동이며 포지션이다

 정 용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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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S, JTI, KTF, 제일은행, Agribrand Purina Korea, Cargill, L'Oreal, 교원그룹, Lafarge, Honeywell 등 다수 국내외 기업 경영진 대상 미디어 트레이닝 및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코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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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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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상에서 발생되고 성장하고 재앙으로 떨어지는 위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발걸음은 아직도 예전 PC통신 수준이다. 소셜미디어상에서 위기관리에 실패하는 기업들은 항상 이렇다

*모니터링을 안 한다. 그러다가 소셜미디어상에서 자사에 대한 위기가 발생되면 때를 놓친 후 감지한다. (보통 영업직원이나 지점 여직원 또는 직원 가족들이 알려주어 감지한다)

*모니터링을 해도 손수 매뉴얼로 한다. 여러 명이 달라붙어 노동력과 시간으로 승부한다.

*허락되지 않거나 열정적인 직원들이 개인자격으로 맘대로 댓글을 달아 불만 있는 소비자들과 소셜미디어상에서 논쟁을 한다. (오프라인이고 온라인이고 위기시 논쟁하지 말자)

*개인자격으로 맘대로 댓글을 달고 싸우는 직원들에 대한 이야기가 CEO 및 임원진들에게는 보고되지 않는다. (개인 일이라 치부하는 거다)

*위기 대응하는 팀들의 대부분이 소셜미디어 자체에 익숙하지 않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다 평소에 생각한다. (일선 실무자 몇 명- 사내에서 오타쿠로 불리는- 젊은이들만이 이해를 할 뿐이다)

*CEO 께서 바쁘시거나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으셔서 댓글이나 문제가 있는 해당 블로그를 안 읽으신다. (파워포인트 요약 본이나 워드 보고서 형식으로 소셜미디어 컨텐츠를 필터링 해 접하신다. 반대로 아마 언론사 기사 댓글을 CEO에게 보고하면 곤란해 질 홍보담당자들이 많을 거다.)

*애들 장난 같은 것이라서 이번 논란은 이내 잠잠해 지고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라 안위한다. (5년 전 위기 컨텐츠가 아직도 네이버에 남아있고, 아직도 퍼 날라지고 있는 건 뭔가)

*기업의 핵심 메시지가 소셜미디어에는 반영되지 못한다고 미리 미리 포기한다. (I don't Think So...)

*어떻게 이렇게 수 많은 소셜미디어들과 운영자들을 하나 하나 찾아 다니면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냐면서 포기한다.

*기존에 소셜미디어상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에 위기시에 engage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스스로 후회한다. (위기가 발생했다고 갑자기 트위터를 시작할 순 없단다...대학시험이 내일 모레인데 지금까지 공부 한 적이 없어서 대학시험을 칠 수 없다는 고 3생 같다)

*소셜미디어에서 부정적인 이슈를 제기하는 네티즌을 아주 형편없는 인간들로 폄하하고 의사결정을 시작한다.

*소셜미디어의 대화들에 참여하기 보다는 맞서 싸우려고 한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온라인상 커뮤니케이션 POC들도 위기시에는 관리가 안된다. (웹 에이전시들에게 위임해 놓은 자사 홈페이지 게시판들이 운영 알바생들에 의해 위기시 함부로 관리되거나 삭제 또는 봉쇄된다)

*전반적으로 오프라인도 그렇지만 온라인 소셜미디어상의 위기상황에 대한 상황파악과 분석도 늦고, 이해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의사결정은 당연히 늘어진다. 늦다.

*경쟁사나 동종업계 또는 타 업계 기업들의 소셜미디어상 위기관리 실패 사례에 대한 반면교사가 부족하다.

*아무도 소셜미디어상의 이슈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위기관리 예산을 부여하지도 않는다. (소셜미디어상의 대화는 공짜라 생각하기 때문)

위의 실패 요건에 하나도 해당되지 않는 기업은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성공할 필요가 있다.


 정 용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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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년 06월 23일 10:44:44 / 수정 : 2009년 06월 23일 10:4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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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는 기업들의 목적은 여러가지이지만 그 중 가장 현실적인 목적들은 이렇다.

"불만제로같은 TV보도에 우리 회사가 종종 나가게 되요.
그럴때 마다 회사 이미지도 이미지지만...매출에 타격이 엄청나거든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우리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좀 만들어 보자 하는 거지요"


이와 같은 기업들은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해 '부정적인 TV보도를 줄이거나 노출을 방지하겠다'는 목적을 가질찌도 모르겠다.

또 일부 기업은 이렇게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이유를 설명한다.

"전임자들이 항상 일이 터지면 주먹구구식으로 해결을 해 왔어요.
일단 운이 좋게도 큰 탈없이 위기관리를 해 왔는데...이제 그분들이 모두 회사를 떠났거든요.
이제 진짜 큰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찌를 모르겠어요.
그래서 좀 이번에 위기관리 시스템을 한번 구축해 놓는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클라이언트사들 중 한 회사는 이런 이유도 들었다.

"본사는 위기관리 시스템이 정말 잘돼있어요. 매뉴얼도 있어서 제가 가지고 있구요.
근데 이 시스템이라는 게 본사가 있는 미국 환경에 맞추어져 있어서 대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찌 의문이예요. 일단 번역은 해 놓았는데...한번 보실래요?"


일반적으로 기업이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나면 달라지는 점들을 정리해 본다.

  • 우리 회사의 위기 발생 유형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게 된다
  • 내 자신이 신경을 쓰고 관리해야 할 위기 요소들을 각자 인지하게 된다
  • CEO와 임원들이 위기시 좀더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 어떻게 위기를 관리하는 것인지 핵심인원들이 그 프로세스를 알게 된다
  • 위기발생시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안다
  • 위기관리에 있어서 상황을 관리하는 것 만큼 커뮤니케이션 관리도 힘써야 한다는 것을 안다
  • 위기발생시 홍보팀만 바쁜 시대는 끝! 모두가 위기 대응을 나누어 맡게된다
  • 일선에서의 애드립과 무마 행위, 그리고 본능에만 충실한 대응이 최소화 된다
  • 전반적으로 모든게 빨라진다
  • 상황이 파악되고 공유된다
  •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적절하게 연결된다
  • 광고를 가지고 해결하려는 무모한 시도를 버리게 해 준다
  • 궁극적으로 부정적인 기사가 준다
  • 각종 탐사취재 프로그램의 주제에서 멀어지게 된다
  • 실수하거나 인터뷰를 전략적으로 하려고 하다가 실패한 직원을 비판하지 않게 된다
  • 전반적으로 숙련되고 매끈하게 모든 일들을 처리하게 된다. 특히, 언론관계.
  • 위기관리에 있어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Can Do 정신)

이 밖에도 수없이 많은 사후 효과들이 있다. 하지만...경험상으로 가장 멋진 소득은 이 부분이다.

사내에서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리드한 PR부문에 대해 기존과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된다.


아주 중요하고 전략적인 포지션이라고 보겠다. Good Lu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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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관리에 있어서 가장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다면...바로 이거다.

"우리가 이전에 OOOOO 했었더라면..."

예를들자면:

  • 우리가 평소부터 블로그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 우리가 평소에 트위터나 미투데이를 통해 대화들을 해 왔었더라면...
  • 우리가 홈페이지 게시판을 위기시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더라면...
  • 우리가 평소에 팝업창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알고만 있었더라면...
  • 우리가 비상연락망을 업데이트 해 놓았었더라면...
  • 우리가 한번이라도 위기관리 시뮬레이션을 해보았더라면...
  • 우리가 미디어 트레이닝을 한번 받아 봤었더라면...
  • 우리가 이런 소비자의 협박에 대해 조금이라도 대책을 세워 놨었더라면...
  • 우리가 작년에 이와 비슷한 논란이 있었을 때 개선을 했었더라면...


이런 OOOO했었더라면...이라는 말은 위기관리에서 가장 흔하게 듣지만, 가장 안타까운 말임에 틀림없다.

위기가 발생하고 코칭을 하게 되면 이에 연관된 반응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것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 블로그를 통해서 우리의 대응 메시지들을 소비자들과 빨리 공유하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진작 블로그를 하나 만든다 만든다 하면서 아직 만들지를 못했어요. 블로그만 있었어도 이렇게 허망하게 당하지는 않을텐데..."

아니...왜 이렇게 임원분들이 소집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나요? 무슨 다른 일이라도?

"글쎄..그게요. 비상연락망이 작년꺼라서 임원들 리스트가 옛날 정보들이더라구요. 전화번호가 바뀌신 분들도 많이 계시고. 비서들도 최근에 바뀐 사람들이 있고해서요. 진작 좀 업데이트를 했어야 했는데..."

벌써 TV 기자와 인터뷰를 하셨어요? 저희가 와서 사전 코칭을 조금 해드릴려고 했었는데요...

"아이구...그래서 걱정이 많아요. 말실수들을 조금 했는데 그 기자에게 사정을 했지만 도통 먹히는 분위기가 아니구요. 인터뷰전에 조금이라도 미디어 트레이닝이나 코칭을 받고 들어갔어야 했는데..."

이 이슈는 작년 이맘때 저희가 한번 겪었던 똑같은 이슈 아닌가요? 그 때 저희가 공식적으로 개선하겠다고 한 걸로 기억하는데요?

"그렇지요. 근데 사실 그때 이후로 개선을 하지 못했어요. 뭐...여러가지 여건이 허락하질 않아서. 올 해는 그냥 어떻게 넘어가나 했는데 이렇게 또 걸렸네요. 그 때 그냥 개선을 해 버렸어야 했는데..."


문제는 이 OOOO했었더라면...하는 key learning들이 또 잊혀질 때다. 한번 이상 이런 말들을 반복하게 되면 그 기업이나 실무자들에게는 별로 기대하기가 힘들다.

학교 다닐때 선생님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던 걸 기억한다.

"틀린문제를 다시 한번 풀어봐. 왜 틀렸는지를 알아야 다음번에 똑같은 문제를 잘 풀수 있어"

당시 나 자신도 틀린문제는 다시 쳐다 보기 싫었다. 그리고는 다음 시험때 비슷하거나 거의 똑같은 문제를 떡하니 다시 틀리곤 했다. 기업도 초등학교 5학년짜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곳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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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1 18:30 2009/04/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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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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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정부부처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그 두께와 분량이 가히 한 사람이 나를 수 없을 정도다. 어떤 기업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실무자 책상에 꽂아 놓고 비치하기에는 부피가 너무 크고 튀어 부서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다. 5년 전 힘들게 만들었던 위기관리 매뉴얼은 얼마 전 펼쳐보려니 ‘쩍~!’하는 소리가 난다. 몇몇 페이지는 인쇄면이 서로 붙어 글자들이 두세 줄로 보인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불사르자. 기업이나 조직에 위기관리 매뉴얼이 있기 때문에 위기가 더 위기로 다가오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분명히 해두자. 위기관리 매뉴얼은 위기를 위한 보험이나 안심을 위한 도구가 절대 아니다. 실무자로서 자신의 실적을 사내적으로 팔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공유되거나 업데이트 되지 않으면 그리고 궁극적으로 실행으로 검증 받지 못하면 매뉴얼 자체는 쓰레기와 별반 다름이 없다.(심한 표현이지만 현실이다)

위기관리의 분량은 얼마나 되어야 할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원칙은 있다. 해당 위기를 실제 관리할 의사결정권자들과 실무자들이 해당 ‘매뉴얼’ 없이도 위기 대응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 만큼의 분량이어야 한다. 위기관리 담당자들이 매뉴얼을 펼쳐보지 않은 채 눈감고도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그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대형백화점인 이세탄(伊勢丹)은 1988년부터 사내에 위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본사 및 전국 매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기요소들을 점검하고 매뉴얼을 만들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 백화점의 매뉴얼을 들여다보면 ‘과연 위기관리 매뉴얼은 어떤 형식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원칙이 보인다.

이세탄 백화점의 위기관리 매뉴얼은 A4용지로 총 3페이지다. 어떤 기업같이 300페이지나 3000페이지가 아니다. “도움이 되는 매뉴얼이라는 것은, 다음의 3개 요건을 채우고 있는 것이겠지요. 첫째는 예측성, 둘째는 환경에 맞추어 수시로 메인트넌스하는것. 셋째는 그것이 사내에 보편적으로 확산되어 있는 것”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던 이세탄 담당자는 이렇게 말한다.

   
 

 
각각의 페이지를 보면 첫째 페이지는 이세탄에게 발생 가능한 위기의 분류들로 채워져 있다. 위기관리 요소진단의 결과를 아주 간결하게 리스트화해 놓았다. 두 번째 페이지에는 해당 위기의 예측으로부터 실제 조직적 대응 부분이다. 해당 위기들의 모니터링 방식과 해당 위기에 대한 대응 조직명을 명기하고 리스트화 해 놓았다. 마지막 페이지는 의무 페이지다. 각 위기 대응 조직들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리스트화 해 놓았다.

어떻게 보면 ‘어처구니’ 없는 작품(?)으로 생각되는 데 이세탄의 담당자는 또 이렇게 이야기 한다. “위기관리 매뉴얼에 이 이상 담을 것이 또 무엇이 있나?”

몇 년 전 연이은 리콜 사태를 경험했던 세계적 완구회사 마텔의 밥 에커트 회장은 모 대학교 특강에서 지난 리콜 사태들에 대해 마텔이 어떻게 대응했고 어떤 배움이 있었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이후 한 학생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위기관리 매뉴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어떤 부분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밥 회장은 이렇게 대답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비상연락망입니다. 저는 세계 어디를 가던 위기시 내가 연락해야 할 모든 사람들의 연락처 리스트를 항상 가지고 다니죠. 연락망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가 가진 상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이야기다. 우리가 생각할 때에는 세계위인전기전집 같이 무언가 광범위하고 심도 있는 매뉴얼이 우리 회사의 위기를 잘 설명해주고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들을 사전에 수립해서 알려줄 것만 같은데 이까짓 ‘비상연락망’이 무슨 대수란 말인가?

하지만, 막상 위기를 겪어 본 기업들이나 조직들은 이 밥 회장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최고의 의사결정권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전략적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정보수집이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수준 높은 내외부 카운셀러들의 의견을 듣고 의사결정에 참고하는 것 자체가 바로 위기관리다. 당연히 이 최고의사결정권자에게는 비상연락망이 가장 소중한 위기관리 매뉴얼인 셈이다.

위기관리 매뉴얼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리자. 실무자들인 우리 머릿속에 없는 매뉴얼은 아무 가치가 없다. 기존의 매뉴얼을 오늘 한번 펼쳐보자. 혹시 비상연락망에 이미 퇴사한 전직 임원의 이름은 없는지 한번 살펴보자. 혹시 해당 부서가 없어졌는데도 매뉴얼상에 생존하지는 않나? 3년 전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한 출입기자의 이름과 휴대폰 정보는 거기 없나? 올해 초 새로 지은 공장은 그 리스트에 있나?

수백에서 수천 페이지의 매뉴얼 속에 진정 필요한 정보는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 한번 하나 하나 추려보자. 매뉴얼을 위한 매뉴얼이 아니라 회사를 위한 진정한 매뉴얼은 어떤 모습일지 한번 생각해 보자. 오늘 당장 두툼한 매뉴얼을 한장 한장 살펴보자. 진정 회사를 위해서…


 정 용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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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0 13:41 2009/04/2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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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커뮤니케이션 부티크 Strategy Salad의 컴퍼니 블로그입니다. Crisis Communications, Media Training, Crisis Management Simulation을 중심으로 Social Media Communication 서비스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Good to Great! by 송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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