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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EO를 위한 스토익(Stoic) 위기관리 원칙
첫째, 위기는 무지가 아니라 무관심에서 비롯된다.
둘째, 진짜 골든타임은 위기가 터진 뒤가 아니라 그 이전 평시에 흐르고 있다.
셋째, 방관·방치·방목을 멈추고, 미루어 둔 숙제를 오늘 시작하라.
세네카는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는 것이다." 인생이 짧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짧게 만든다는 뜻이다. 그는 한마디를 더 덧붙인다. "우리가 미루는 사이, 삶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이 통찰은 2천 년의 시차를 건너 오늘날 기업 위기관리의 한복판에 그대로 꽂힌다.
많은 경영진이 '골든타임'을 위기가 터진 직후의 몇 시간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진짜 골든타임은 그 이전에, 아무 일도 없어 보이는 평시에 이미 흐르고 있다. 위기를 막고 대비할 시간은 위기가 발생하기 한참 전부터 매일같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시간을 우리는 무엇으로 보내고 있는가. 대부분은 '미루기'로 보낸다. 세네카의 말처럼, 오늘을 잃게 만드는 가장 큰 장애물은 '내일이면 되겠지' 하는 기대다.
위기는 왜 발생하는가. 흔히 세 가지 '방' 때문이라고 말한다. 방관, 방치, 그리고 방목이다. 위험의 신호를 보고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는 방관, 알면서도 손대지 않고 내버려 두는 방치, 아무런 관리 없이 그저 풀어놓는 방목이다. 주목할 점은 이 셋 중 어느 것도 '몰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위기는 무지(無知) 때문이 아니라 무관심(無關心) 때문에 발생한다. 답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미루어 둔 것이다.
이것은 밀린 숙제와 같다. 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학생도 안다. 다만 하지 않을 뿐이다. 심지어 가장 효과적인 시험 공부인 기출문제 풀이, 즉 다른 기업이 먼저 겪은 위기를 들여다보고 벤치마킹하는 일조차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위기가 정말 무섭냐고 물으면, 솔직한 속내는 '무섭다'가 아니라 '귀찮고 골치 아프다'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아니라 성가심. 바로 이 심리가 기업으로 하여금 준비도, 예측도 없이 골든타임을 흘려보내게 만든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이 미루는 마음을 가장 날카롭게 경계했다. 에픽테토스는 제자들을 다그쳤다. "언제까지 너 자신에게 최선을 요구하기를 미룰 것인가. 너는 이제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다. 바로 지금 이 순간을 그 시작으로 삼으라."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역시 같은 말을 남겼다. "만 년을 살 것처럼 굴지 말라.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는 동안, 지금 선한 사람이 되라." 미루지 말고 지금 하라는 것, 그것이 그들이 평생 붙들었던 한 문장이다.
기업 위기관리도 마찬가지다. 미루어 둔 숙제는 위기라는 시험 당일에 반드시 심각한 성적표로 돌아온다. 그제야 부랴부랴 펜을 들어 보지만, 골든타임은 이미 다 흘러간 뒤다. 위기가 무서운 것이 아니다. 위기를 자꾸 뒤로 미루는 그 마음이 무서운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기업의 골든타임은 조용히 흐르고 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⑦ 칼럼입니다. 원문: peoplewat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