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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위기관리 속에는 사람이 있다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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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CEO를 위한 스토익(Stoic) 위기관리 원칙
첫째, 위기의 처음과 끝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음을 기억하라.
둘째, 준비와 의사결정과 대응의 중심에 숫자나 현상이 아니라 사람을 두라.
셋째, 히에로클레스의 동심원처럼 이해관계자 지도를 평시에 미리 그려 두라.

위기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 위기를 일으키는 것도 사람이고, 그 위기를 힘겹게 수습해 나가는 것도 사람이다. 위기를 둘러싸고 그것을 더 큰 재앙으로 키우는 것 역시 사람들이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답은 한결 분명해진다. 사람이 없는 곳에는 위기도 없다. 이것은 위기관리에서 가장 확실한 진리다. 그렇기에 위기관리를 제대로 해내고 싶은 기업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사람'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원칙은 사실 위기관리 매뉴얼의 뼈대에도 새겨져 있다. 잘 만들어진 매뉴얼이 던지는 첫 질문은 언제나 '누가(who)'다. 누가 이 사안을 판단하는가, 누가 회사를 대변하는가, 누가 피해를 입었고 누가 분노하고 있는가, 누가 영향력을 쥐고 있는가. 위기를 대비하는 일의 상당 부분도 결국 사람의 일로 채워진다. 임직원과 함께 땀 흘리는 훈련과 시뮬레이션이 그 한가운데 있고, 위기 유형별로 이해관계자와 영향력자, 곧 사람들을 미리 살피고 관계를 다져 두는 일이 그 나머지를 이룬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 히에로클레스의 통찰을 참고해 보자. 그는 '오이케이오시스(Oikeiosis)', 우리말로 옮기면 '내 것으로 여김' 정도가 될 개념을 동심원으로 설명했다. 사람은 자기 자신을 한가운데 두고, 그 바깥으로 가족과 이웃, 동료 시민, 그리고 마침내 온 인류로 이어지는 여러 겹의 원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가 권한 삶의 태도는 이러했다. 저 바깥쪽 원에 있는 사람들을 조금씩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마치 가까운 이처럼 여겨 보라는 것이다.

이 동심원이 바로 위기 시 이해관계자 관리 지도다. 가장 안쪽에 경영진과 조직이 있고, 그 다음 원에 임직원이, 이어 협력사와 거래처가, 그리고 고객과 지역사회가, 맨 바깥에 더 넓은 사회와 여론이 겹겹이 놓인다. 위기를 맞은 기업이 해야 할 일도 히에로클레스의 조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 바깥 원의 사람들까지 안쪽으로 끌어당겨, 그들의 감정과 시선을 내 일처럼 헤아려 보는 것이다. 이 지도를 평온한 시절에 미리 그려 둔 기업과, 위기가 터진 뒤에야 '누가 있었더라' 하고 뒤늦게 헤매는 기업의 걸음걸이는 첫날부터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이 '사람'의 양면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는 '명상록'에 이렇게 적었다. "사람은 서로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니 그들을 가르치든지, 아니면 견뎌내라." 짧지만 위기관리의 본질을 관통하는 말이다. 사람은 때로 참고 견뎌야 할 골칫거리이면서도, 결국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해법이라는 뜻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도 그렇다.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사람이고, 그 문제를 더 크게 키우는 것도 사람이지만, 끝내 그 문제를 풀어낼 열쇠를 쥔 것 또한 사람이다. 사람이 곧 문제이며, 동시에 사람이 곧 해법이다.

반면 돈과 숫자만 들여다보거나,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좇거나, 자기 느낌과 확신에만 기대어 판단할 때, 정작 그 위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사람들은 슬그머니 시야에서 사라진다. 준비도, 의사결정도, 대응도 사람을 향하고 있을 때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 법이다.

위기관리는 이렇듯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을 향한 일이다. 숫자 뒤에, 현상 뒤에, 그리고 나의 확신 뒤에 가려진 '사람'을 가만히 들여다보자. 위기 속에 사람이 있고, 위기관리 속에도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을 바라보는 데서 위기관리는 비로소 시작되고, 또 그렇게 마무리된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피플워치에 연재한 [정용민의 CEO 탐구생활] ⑧ 칼럼입니다. 원문: people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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