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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여러 유명 연예인의 스캔들을 보며, 저희 회사 소속 연예인들과 관련해서도 예상 못한 스캔들 발생시 대응 전략과 방안을 미리 마련해 놓자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희 로펌이나 위기관리 자문 펌에서도 공히 상대측과의 조기 합의를 가장 우선순위로 조언하더군요. 무조건 합의하는 게 맞는 걸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미리 대비하시겠다는 접근이 훌륭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자문사들의 조언이 맞습니다. 다만 '무조건'이라서 맞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조언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논리가 있어서 맞는 것입니다. 그 논리를 순서대로 짚어 보지요.
먼저, 위기관리에서는 통제 가능한 것과 통제 불가능한 것을 구별해야 합니다. 스캔들이 터진 순간 언론의 보도, 대중의 분노, 온라인의 확산은 이미 통제 밖입니다. 그 국면에서 당사자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사실상 하나입니다. 상대방과의 관계, 곧 합의입니다. 통제 불가능한 여론과 싸우는 데 힘을 쏟을 것이 아니라, 통제 가능한 유일한 영역에 집중하는 것. 위기관리의 기본 원칙이지요.
다음으로, 위기관리의 목적과 목표를 정확히 정해야 합니다. 이런 유형의 스캔들 대응에서 해당 연예인이 유일하게 목적으로 삼아야 할 것은 '연예계 생활의 지속가능성 확보'입니다. 억울함의 해소도, 진실 공방의 승리도, 여론전의 승리도 목적이 될 수 없습니다. 소송에서 이기고 연예계를 떠나게 된다면, 그 위기관리는 실패한 것이죠. 목적이 이렇게 정해지면 모든 판단의 기준은 하나로 모아집니다. '이 선택이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는가?'
그 기준 위에서 전략의 저울을 재 보십시오. 조기 합의해서 잃을 손실과, 하지 않아서 잃을 손실을 각각 확정해 보는 것입니다. 합의의 손실은 대개 돈과 자존심으로, 규모가 예측됩니다. 반면 합의 없이 공방이 길어질 때의 손실은 예측조차 되지 않습니다. 보도가 이어지는 하루하루가 이미지의 손실이고, 광고와 작품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것이 실제 손실인 거죠. 저울이 어느 쪽으로 기우는지는 자명합니다. 최악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그 저울 위에서 정해지는 것입니다.
간혹 이런 걱정으로 조기 합의를 주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합의해 주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유사하게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냉정하게 말씀드리면, 이런 생각을 하는 연예인이라면 이후에도 지속가능성 확보는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유사 문제 제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걱정은, 곧 유사한 문제가 더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합의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관리의 문제지요.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합의는 '조기' 합의만 유효합니다. 여론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뒤의 중간 합의, 모든 것이 소진된 뒤의 최종 합의는 상대적으로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잃을 것을 다 잃은 뒤의 합의는 대부분 목적 달성, 즉 지속가능성 확보에 유효하게 이바지하지 못합니다. 같은 값을 치르고도 초기의 합의는 위기를 봉합하지만, 늦은 합의는 봉합할 것조차 남아 있지 않게 되니까요.
합의하십시오. 최대한 빨리 하십시오. 그 대응만이 통제 가능한 유일한 지점에서, 유일한 목적을 위해, 저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논리를 조직과 소속 연예인들이 평시에 공유해 두는 것, 그것이 지금 준비하실 대응 전략의 핵심일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원문 보기: 이코노믹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