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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 대표
[한 기업의 질문]
“위기관리 관점에서 사과 방식에 대해 회사 내부에서 스터디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기업의 사과 사례를 모으고, 사과문 구조와 메시지를 분석하고 있지요. 저희도 사과문을 내 본 경험이 있는데, 이런 준비가 더 나은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준비에 대한 조언이 있으실까요?”
[컨설턴트의 답변]
일반적으로 위기가 터지고 나서야 사과문을 붙들고 씨름하는 기업이 대부분인데 그런 준비를 미리 하신다니 대단합니다. 홍보실이 고민해 문안을 쓰고, 고치고, 여기저기 검수를 받는 데 아까운 시간을 다 빼앗기는데 말이죠. 그렇게 형식과 전략, 프로세스를 미리 개발해 공유해 두신다면 실제 위기 때 훨씬 수월하고 신속하게 제대로 된 사과문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준비 과정에서 꼭 함께 짚어 보셨으면 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과연 사과가 사과 자체로 홀로 존재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사과가 존재하려면 그 앞에 맥락(context)이 있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 왜 벌어졌고, 누가 어떻게 다쳤으며, 사람들은 무엇에 분노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과하는 기업 측에서 그 맥락 전반을 정확히 이해하는 일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이런 이해 없이 내놓는 사과는 진짜 사과가 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진짜냐 아니냐’의 기준은 문구나 형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과를 받는 대상이 그것을 받아들이는가, 곧 수용성(acceptance)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정교하게 다듬은 문장도 상대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사과가 아니지요. 그래서 맥락에 대한 기업측의 이해가 핵심이라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얼핏 그런 이해라는 것이 쉬워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많은 기업이 바로 이 이해의 단계에서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습니다. 무엇이 잘못이었는지, 어디까지가 우리 책임인지에 대해 부서마다 의견이 갈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시간에 쫓기지요. 결국 이해가 일부만 진행된 상태에서 “사과를 안 할 수는 없으니 일단 하자”는 결론으로 떠밀려 갑니다. 우리가 목격하는 어설픈 사과의 상당수가 이렇게 태어납니다.
그러니 사과문의 형식을 연구하시는 만큼, 이 이해의 과정과 방식에 대한 내부 고민도 함께 해 두시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이해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으신다면, 사실 정답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핵심은 하나 있습니다. 기업의 정무감각입니다. 달리 말하면 기업의 입장에서 여론을 읽고 공감하는 역량이지요. 이것은 매뉴얼로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평소에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연마해야 하는 것이고, 그중 상당 부분은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영역입니다.
이런 전제와 선행 없이 맨 끝단의 사과에 대해서만 체계를 만든다는 것은, 영혼 없는 마네킹을 만드는 일과 비슷할 수 있습니다. 옷은 잘 갖춰 입었고 자세도 반듯한데, 정작 아무도 그 앞에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죠. 사과문의 구조를 연구하시는 그 스터디에, ‘우리는 이 맥락을 얼마나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를 묻는 단계를 가장 앞에 놓아 보시기 바랍니다. 사과의 품질은 결국 거기서 갈릴 것입니다.
※ 이 글은 정용민 대표가 이코노믹리뷰에 연재한 [기업이 묻고 위기관리 컨설턴트가 답하다] 칼럼입니다. 원문 보기: 이코노믹리뷰